통신공사업을 하다 보면 협력업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집이나 사무실에 인터넷이나 IPTV를 신청하면 며칠 안에 개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현장 인력과 협력업체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오늘 이야기는 내가 직접 겪은 협력업체 자금지원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위험했던 것은 8억원이라는 금액 자체가 아니라, 그 돈을 처리했던 방식이었다.
외주를 하나로 통합하다
2022년 당시 나는 다른 회사에서 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 시기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 분위기가 크게 바뀌던 시기였다.
작은 외주업체들은 인력 운영과 안전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었고, 여러 업체를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제안했다.
“차라리 외주를 하나로 통합하자.”
그렇게 여러 협력업체를 정리하고 A사에게 업무를 일괄 맡기게 되었다.
업무 규모가 커진 만큼 초기 운영자금도 필요했다.
우리는 약 3억원의 선급금을 지원하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만족했다.
업무도 안정적으로 진행됐고 서로 신뢰도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훗날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회사는 바뀌었지만 협력업체는 그대로였다
2023년 1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내가 다니던 회사가 원청 평가에서 하위권으로 분류되면서 사업권을 잃게 된 것이다.
십수 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결국 계약이 해지되었고 나는 현재 회사로 스카우트되었다.
당시 내가 담당하던 지역 업무가 현재 회사로 넘어오게 되었고, A사도 그대로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문제는 기존 회사가 A사에 지급했던 선급금이었다.
결국 현재 회사가 그 금액을 대신 정산해 주고 다시 선급금으로 승계하게 되었다.
사무실 이전 비용,
자재 비용,
운영 자금까지 추가 지원했다.
그렇게 다시 약 4억원 가까운 선급금을 지원하며 출발했다.
협력업체는 왜 늘 자금 압박을 받을까
협력업체를 오래 상대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운영자금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담이 점점 커진다.
직원 급여를 지급해야 하고,
4대보험도 납부해야 하고,
부가가치세도 준비해야 하고,
퇴직금도 적립해야 한다.
그런데 현장 상황이 좋지 않거나 자금 흐름이 꼬이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동시에 부담이 된다.
급여를 맞추기 위해 운영자금을 사용하고,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다른 비용을 뒤로 미루게 된다.
그러다 보면 다음 달에도 자금이 부족해진다.
특히 통신공사업 협력업체들은 직원 수가 많아질수록 급여, 4대보험, 퇴직금, 부가가치세 부담도 함께 커진다.
정산은 늦고 지출은 먼저 발생하는 구조가 반복되다 보면 자금 압박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다.
A사 역시 운영 과정에서 지속적인 자금 압박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어떤 달은 천만원,
어떤 달은 이천만원,
어떤 달은 오천만원 규모의 추가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
“이번 달만 넘기면 됩니다.”
“다음 정산 때 정리하겠습니다.”
그 말을 믿고 지원을 이어갔다.
어느새 8억원에 가까워졌다
처음 3억원으로 시작했던 선급금은 계속 늘어났다.
4억원,
5억원,
6억원,
7억원.
어느 순간 대표님 얼굴에도 걱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A사 관련 결재 서류가 올라올 때마다 표정이 굳어졌다.
결국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더 이상은 안 된다.”
협력업체 의존 구조를 정리하고 직접 인력을 채용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2024년 1월부터 일부 공정을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다.
2024년 6월에는 약 30% 정도를 회수했고,
2024년 10월에는 대부분의 업무를 회수했다.
그리고 2024년 12월.
A사와의 계약은 완전히 종료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남아 있었다.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약 5억 5천만원에 달했다.
지금 생각하면 더 위험했던 것은 세금계산서였다
사실 나중에 더 큰 문제로 느껴졌던 것은 돈을 빌려준 사실이 아니었다.
바로 증빙 방식이었다.
당시에는 자금 지원이 발생할 때마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항목도 대부분 비슷했다.
“○○월 선급금”
당시에는 특별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 채권 회수를 준비하며 자료를 다시 검토했을 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실질적으로는 운영자금 지원 성격이 강한 자금도 있었지만, 서류상으로는 모두 선급금 형태로 처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채권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상당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중에 그 돈의 성격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는 사실을.
그래서 마지막에 차용증을 받았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자금 지원을 하던 시점.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A사 대표에게 차용증 작성을 요청했다.

(당시 사장님은 걱정이 되셨는지 이런 형태가 아닌 이행각서, 선급금 확인서 등 여러 서류를 받았었기에)
당시에는 단순한 서류 한 장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달랐다.
만약 이 차용증이 없었다면 훗날 채권 회수 과정은 훨씬 어려워졌을 수도 있다.
그렇게 마지막 자금 지원과 함께 차용증을 받아 두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종이 한 장이 나중에 5억 5천만원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될 줄은.
다음 이야기에서는 실제 지급명령을 신청하게 된 과정과 지급명령 결정문을 받기까지의 이야기를 기록해 보려고 한다.
오늘도 한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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