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통신공사업 본부장으로 일하며 협력업체 한 곳에 자금을 지원하다 채권 규모가 8억 원 가까이 불어난 실화입니다.
- 회사가 바뀌고 담당자가 바뀌어도 협력업체와의 자금 관계는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 진짜 위험했던 건 ‘8억’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그 돈을 선급금 명목의 세금계산서로만 증빙해온 방식이었습니다.
- 마지막 순간 받아둔 이행각서(차용증) 한 장이 이후 채권 회수의 결정적 증거가 됐습니다.
- 다음 글에서는 이 서류를 근거로 실제 지급명령을 신청한 과정을 이어서 기록합니다.
통신공사업을 하다 보면 협력업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집이나 사무실에 인터넷이나 IPTV를 신청하면 며칠 안에 개통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뒤에는 수많은 현장 인력과 협력업체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오늘 이야기는 내가 직접 겪은 협력업체 자금지원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위험했던 것은 8억 원이라는 금액 자체가 아니라, 그 돈을 처리했던 방식이었다.
이 글은 실제 겪은 일을 바탕으로 한 개인 기록이며, 법률·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변호사·세무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외주를 하나로 통합하다
2022년 당시 나는 다른 회사에서 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 시기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 분위기가 크게 바뀌던 시기였다. 작은 외주업체들은 인력 운영과 안전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었고, 여러 업체를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제안했다. “차라리 외주를 하나로 통합하자.” 그렇게 여러 협력업체를 정리하고 A사에게 업무를 일괄 맡기게 되었다. 업무 규모가 커진 만큼 초기 운영자금도 필요했고, 우리는 약 3억 원의 선급금을 지원하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만족했다. 업무도 안정적으로 진행됐고 서로 신뢰도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훗날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결국 외주 통합은 관리 효율을 위한 합리적인 결정이었지만, 동시에 하나의 업체에 자금과 업무가 집중되는 리스크의 시작이기도 했다.
회사는 바뀌었지만 협력업체는 그대로였다
2023년 1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내가 다니던 회사가 원청 평가에서 하위권으로 분류되면서 사업권을 잃게 된 것이다. 십수 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결국 계약이 해지되었고 나는 현재 회사로 스카우트되었다. 당시 내가 담당하던 지역 업무가 현재 회사로 넘어오게 되었고, A사도 그대로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문제는 기존 회사가 A사에 지급했던 선급금이었다. 결국 현재 회사가 그 금액을 대신 정산해 주고 다시 선급금으로 승계하게 되었다. 사무실 이전 비용, 자재 비용, 운영 자금까지 추가 지원했다. 그렇게 다시 약 4억 원 가까운 선급금을 지원하며 출발했다. 회사와 담당자는 바뀌었지만, 협력업체와의 자금 관계는 끊어지지 않고 고스란히 승계됐다는 점이 이 사건의 첫 번째 변곡점이었다.
협력업체는 왜 늘 자금 압박을 받을까
협력업체를 오래 상대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운영자금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담이 점점 커진다. 직원 급여를 지급해야 하고, 4대보험도 납부해야 하고, 부가가치세도 준비해야 하고, 퇴직금도 적립해야 한다.
그런데 현장 상황이 좋지 않거나 자금 흐름이 꼬이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동시에 부담이 된다. 급여를 맞추기 위해 운영자금을 사용하고,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다른 비용을 뒤로 미루게 된다. 그러다 보면 다음 달에도 자금이 부족해진다. 특히 통신공사업 협력업체들은 직원 수가 많아질수록 급여, 4대보험, 퇴직금, 부가가치세 부담도 함께 커진다. 정산은 늦고 지출은 먼저 발생하는 구조가 반복되다 보면 자금 압박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다.
A사 역시 운영 과정에서 지속적인 자금 압박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어떤 달은 천만 원, 어떤 달은 이천만 원, 어떤 달은 오천만 원 규모의 추가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 “이번 달만 넘기면 됩니다.” “다음 정산 때 정리하겠습니다.” 그 말을 믿고 지원을 이어갔다. 협력업체의 자금난은 대부분 갑자기 터지는 게 아니라, 매달 조금씩 누적되다가 어느 순간 되돌릴 수 없는 규모로 커진다.
어느새 8억 원에 가까워졌다
처음 3억 원으로 시작했던 선급금은 계속 늘어났다. 4억 원, 5억 원, 6억 원, 7억 원. 어느 순간 대표님 얼굴에도 걱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A사 관련 결재 서류가 올라올 때마다 표정이 굳어졌다. 결국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더 이상은 안 된다.”
협력업체 의존 구조를 정리하고 직접 인력을 채용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2024년 1월부터 일부 공정을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다. 2024년 6월에는 약 30% 정도를 회수했고, 2024년 10월에는 대부분의 업무를 회수했다. 그리고 2024년 12월, A사와의 계약은 완전히 종료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남아 있었다.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약 5억 5천만 원에 달했다.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동안 우리가 놓친 건 액수 자체가 아니라, ‘언제 멈출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더 위험했던 것은 세금계산서였다
사실 나중에 더 큰 문제로 느껴졌던 것은 돈을 빌려준 사실이 아니었다. 바로 증빙 방식이었다. 당시에는 자금 지원이 발생할 때마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항목도 대부분 비슷했다. “○○월 선급금.” 당시에는 특별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 채권 회수를 준비하며 자료를 다시 검토했을 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실질적으로는 운영자금 지원 성격이 강한 자금도 있었지만, 서류상으로는 모두 선급금 형태로 처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돌아보면 이건 명백히 잘못된 방식이었다. 실제 거래 내용과 다르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관행은 절대 따라 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
실제로 부가가치세법은 필요적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르게 적힌 세금계산서에 대해 매입세액을 공제하지 않고, 세금계산서 발급 및 기재 불성실 시 공급가액의 1~3%에 해당하는 가산세를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실제 거래는 있었지만 세금계산서를 거짓으로 기재해 발급하거나 수취한 경우, 조세범처벌법 제10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부가가치세액의 2배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자금의 실제 성격과 서류상 명목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훨씬 더 신중하게 증빙을 남겼을 것이다.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나중에 그 돈의 성격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느냐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행각서를 받았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자금 지원을 하던 시점,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A사 대표에게 이행각서(차용증) 작성을 요청했다.

당시 사장님은 걱정이 되셨는지 이런 형태가 아닌 이행각서, 선급금 확인서 등 여러 서류를 받았었기에, 당시에는 단순한 서류 한 장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달랐다. 만약 이 서류가 없었다면 훗날 채권 회수 과정은 훨씬 어려워졌을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서 알게 된 실질적인 정보를 하나 남겨두고 싶다. 상행위로 발생한 채권, 즉 회사 간 거래에서 생긴 채권은 상법 제64조에 따라 다른 규정이 없는 한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반대로 채권자가 지급명령(독촉절차)을 신청하면 그 시점에 소멸시효 진행이 중단된다. 즉 서면 증거를 남겨두는 것과 별개로, 시효가 끝나기 전에 움직이는 타이밍 관리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렇게 마지막 자금 지원과 함께 이행각서를 받아 두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종이 한 장이 나중에 5억 5천만 원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될 줄은. 결국 채권을 지킨 건 8억 원이라는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마지막 순간에 남겨둔 서면 한 장이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협력업체에 선급금을 지원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A. 지원 금액이 커질수록 반드시 자금의 실제 성격(운영자금 지원인지, 선급금인지)과 증빙 서류의 명목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명목과 실질이 다르면 세무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2. 세금계산서를 실제 거래와 다르게 발행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A. 부가가치세법상 매입세액이 불공제되고 가산세가 부과될 수 있으며, 실물거래 없이 거짓으로 기재해 주고받은 경우에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Q3. 이행각서(차용증)는 꼭 받아야 하나요? A. 네, 구두 약속이나 세금계산서만으로는 채권을 명확히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금액, 변제 조건, 서명·날인이 포함된 서면 증거가 이후 지급명령이나 소송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Q4. 협력업체와의 채권도 소멸시효가 있나요? A. 네, 상행위로 발생한 채권은 원칙적으로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지급명령 신청 등으로 시효 진행을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Q5. 지급명령은 일반 소송과 어떻게 다른가요? A. 지급명령은 법원이 서면 심사만으로 채무자에게 이행을 명하는 절차로, 통상 소송보다 빠르고 비용도 적게 듭니다. 다만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일반 소송 절차로 넘어갑니다.
마무리하며
돌이켜보면 이 일에서 배운 건 세 가지다. 하나는 협력업체 자금 지원은 처음부터 상한선과 회수 기준을 정해두어야 한다는 것. 둘째는 자금의 실제 성격과 서류상 명목을 반드시 일치시켜야 한다는 것. 셋째는 관계가 아무리 좋아도, 서면 증거는 별개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의 배경이 된 시기는 개인적으로도 여러 일이 겹쳐 있던 시절이었다. 같은 시기에 겪었던 다른 이야기는 장례를 직접 치러보니 알게 된 현실적인 비용과 준비 과정 글에도 담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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