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가족여행, 포기할 뻔했던 아소산 분화구가 우리 눈앞에서 열렸다

후쿠오카 여행 사진을 정리하다가 한참을 멈춰 있었다.

라라포트 앞에 서 있던 거대한 건담 사진도 있었고, 유후인 골목에서 찍은 사진도 있었고, 아이들이 초원에서 뛰어노는 사진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은 따로 있었다.

아소산으로 올라가던 버스 안이었다.

가이드가 말했다.

“오늘은 바람 방향이 좋지 않아서 분화구까지 못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버스 안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사실 이번 후쿠오카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 아소산이었다. 후쿠오카 시내 맛집도 좋고, 유후인도 좋고, 다자이후도 좋지만 아이들에게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나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러다 여행 준비 중 김비서, 그러니까 ChatGPT에게 후쿠오카 근교에서 아이들과 특별하게 가볼 만한 곳을 물어봤고, 그때 알게 된 곳이 아소산이었다.

직접 자유여행으로 가기에는 동선이 쉽지 않아 현지 투어를 예약했다. 그런데 막상 가는 길에 분화구가 닫힐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조금 허탈했다.

아소산 분화구는 실제 활화산이라서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화산가스 농도와 바람 방향에 따라 입장이 실시간으로 통제된다고 했다. 산 위 관제에서 계속 상황을 확인하고, 열렸다 닫혔다를 그때그때 결정한다고 했다.

우리가 올라가는 동안에도 계속 통제 상태였다.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착할 때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가이드가 관제 쪽 연락을 받더니 말했다.

“지금 입장이 가능해졌습니다.”

그 순간 버스 안에서 박수가 터졌다.

정말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같이 환호했다. 아이들도 덩달아 신나 했고, 나도 괜히 가슴이 뛰었다.

여행 중에는 계획한 대로 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포기할 뻔한 일이 마지막 순간에 열리는 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아소산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후쿠오카 시내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구름이 걸린 산, 넓은 들판이 이어졌다.

사진으로 보면 그냥 예쁜 풍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웅장했다.

아이들도 차창 밖을 계속 바라봤다.

평소 같으면 금방 지루해했을 텐데, 이 날은 풍경 자체가 하나의 체험처럼 느껴졌다.

이번 여행은 후쿠오카만 본 여행은 아니었다.

유후인도 다녀왔고, 다자이후도 갔고, 라라포트 후쿠오카도 들렀다. 맛집도 여기저기 다녀봤다.

유후인은 천천히 걷기 좋은 곳이었다.

작은 골목, 아기자기한 상점, 디저트 가게, 고양이 관련 소품들이 있는 가게들이 이어져 있었다. 아이들이 특별히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했다.

우리 아이는 조형물 옆에 서서 사진 찍는 것도 좋아했다. 예전에는 이런 사진 하나 찍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포즈도 취하고 웃기도 한다.

그런 작은 변화들이 부모에게는 크게 느껴진다.

라라포트 후쿠오카의 대형 건담은 생각보다 훨씬 강렬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그냥 큰 조형물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가서 보니 정말 컸다. 아이들이 고개를 한참 들어야 얼굴이 보일 정도였다.

건담을 잘 모르는 사람도 “와, 이건 한 번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이들은 건담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거대한 로봇이 실제로 앞에 서 있는 느낌이라 그런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쇼핑몰 안에 있는 건담 코너도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실내 전시장에는 건담 모형과 굿즈들이 잘 꾸며져 있었다.

아빠 입장에서는 쇼핑몰에 간 것이었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작은 테마파크에 온 것처럼 느꼈을지도 모른다.

후쿠오카 여행을 아이들과 간다면 라라포트 건담은 한 번쯤 넣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남자아이들이라면 거의 실패하기 어려운 장소일 것 같았다.

아소산 주변에서는 승마 체험도 했다.

일반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지만, 발달지연 아이에게는 더 특별한 경험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말 위에 앉아 균형을 잡고, 말의 움직임을 몸으로 느끼고, 평소와 다른 높이에서 세상을 보는 것 자체가 좋은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여기까지 오기까지의 과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여러 센터 경험을 거치며 조금씩 쌓여온 시간들이 있었다. 그 이야기는 이전 글인 무발화 발달장애 아이를 10년 키우며 알게 된 것 에 조금 더 자세히 적어두었다.

우리 아이는 예전에는 동물을 거의 병풍처럼 봤다. 강아지가 옆에 있어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이때는 오히려 말을 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강아지만 봐도 깜짝 놀라고 피하려고 한다. 아이의 반응은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많이 바뀐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변화가 종종 있다.

예전에는 괜찮았던 것이 갑자기 어려워지기도 하고, 예전에는 관심 없던 것에 갑자기 크게 반응하기도 한다.

그래서 부모도 계속 새로 적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승마 체험 사진은 나에게 더 특별하게 남았다.


아소산 분화구에 도착했을 때는 정말 말을 잃었다.

사진으로는 절대 다 담기지 않는다.

거대한 분화구, 계속 피어오르는 수증기, 에메랄드빛 화구호, 그리고 주변의 회색빛 바위들.

정말 지구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설명판에는 나카다케 제1화구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활발한 활화산 분화구 중 하나라고 되어 있었다.

화구 안에는 약 60도 정도의 강산성 온수가 고여 있고, 매일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을 포함한 화산가스가 방출된다고 했다.

그래서 주변에는 관측 장비가 있었고, 실제로 위험 상황에 대비한 콘크리트 대피소 같은 시설도 보였다.

그냥 관광지가 아니었다.

살아있는 자연이자, 동시에 위험을 품은 장소였다.

아이들이 난간 앞에서 분화구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지금 이 장면을 얼마나 기억할지는 모르겠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많은 부분은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중에 사진을 다시 보면 조금은 떠오르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가 이런 곳도 갔었구나.”

“아빠 엄마가 이런 곳을 보여줬구나.”

그 정도만 남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설명해주려고 해도 당장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직접 보고, 걷고, 만지고, 느낀 경험은 어디엔가 남는다고 믿는다.

특히 발달지연 아이에게는 이런 경험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교과서나 영상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것은 다르다.

화산이라는 단어를 몰라도, 지구가 뜨겁게 숨 쉬는 장면을 본 기억은 아이 안에 어떤 형태로든 남을 것이다.

(관련 글 : “발달장애 아이와 오사카 자유여행, 그리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장애인 패스 이용 후기”)

후쿠오카 여행은 먹는 즐거움도 컸다.

하카타 라멘, 모츠나베, 장어덮밥, 규카츠, 멘타이코 같은 음식들이 유명한데, 실제로 먹어보니 왜 후쿠오카를 맛집 여행지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은 유명한 곳도 가고, 현지 느낌이 나는 작은 식당도 갔다.

여행을 준비할 때 맛집 검색도 많이 했고, 동선도 많이 고민했다. 김비서에게도 계속 물어봤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어른들만 가는 여행과 다르다.

맛집이 아무리 유명해도 대기가 너무 길면 힘들고, 메뉴가 너무 어렵거나 매운 음식 위주면 아이들이 먹기 어렵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건 “유명한 곳”보다 “우리 가족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전체적으로 음식 만족도가 좋았다.

아이들도 생각보다 잘 먹었다.

부모 입장에서 여행 중 아이들이 잘 먹는 것만큼 고마운 일이 없다.

사진을 보면 아이가 식당 앞에서 점프하고 있다.

이런 사진이 나는 좋다.

정돈된 가족사진보다 이런 순간이 더 여행답다.

아이들은 배고프면 힘들어하고, 피곤하면 짜증을 내고, 갑자기 뛰기도 한다.

그래도 웃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 때문에 또 여행을 가게 된다.

(관련 글 : “일본 오사카 여행 중 가족 여권 4개를 한 번에 잃어버렸던 이야기”)

여행이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전에 오사카 여행에서는 가족 여권 4개가 들어 있는 가방을 전철에 두고 내린 적도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더 꼼꼼해졌다.

여권은 절대 한 가방에 몰아넣지 않기.

중요한 물건은 몸에서 떼지 않기.

아이들 옷차림은 당일 사진으로 남겨두기.

이런 것들이 이제는 우리 가족 여행의 기본이 되었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도 즐거웠지만, 그만큼 준비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특히 발달장애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조금 더 신경 쓸 것이 많다.

우리 아이는 비행기를 좋아하고 사람 많은 곳도 비교적 잘 견디는 편이다. 놀이공원도 좋아한다. 그래서 누군가 보기에는 여행이 쉬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 가장 큰 걱정은 따로 있다.

바로 아이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아이는 갑자기 호기심이 생기면 앞뒤를 보지 않고 달려간다.

어릴 때는 분수대만 보면 뛰어들어가려고 했고, 쇼핑몰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의 쇼핑백 안을 들여다보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여행 중에는 늘 누군가 한 명이 아이 옆에 있어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그 원칙은 같았다.

그래도 여행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준비를 더 하고, 조심을 더 하고, 동선을 조금 더 넉넉하게 잡을 뿐이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잘 다녀왔다”였다.

라라포트에서 거대한 건담을 보고,

유후인 골목을 걸었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고,

아소산 초원에서 말을 탔고,

포기할 뻔했던 분화구가 우리 눈앞에서 열리는 순간도 경험했다.

그 순간 버스 안에서 터졌던 박수와 환호성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여행은 결국 그런 장면 하나 때문에 오래 남는 것 같다.

계획표에 적힌 장소보다,

맛집 이름보다,

사진 속 웃는 얼굴과 예상치 못한 순간이 더 오래 간다.

아마 아이들은 지금 이 여행을 전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가 사진으로 남겨두었고, 이렇게 글로도 남겨두었으니까.

언젠가 아이들이 커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말해주고 싶다.

너희는 생각보다 많은 곳을 다녀왔고,

엄마 아빠는 너희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리고 그 모든 여행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늘 한 걸음씩 앞으로 가고 있었다고.

오늘도 한걸음 👣
gujaeu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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