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여전히 언어발달이 크게 지연되어 사실상 무발화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학교도 다니고 산도 오르고 해외여행도 다닌다.
- 10년의 치료 과정에는 눈에 띄는 발전이 없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도 있었지만, 이런 정체·굴곡은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발달 과정에서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 발달장애 아동의 실종은 매년 8천 건 이상 발생하는 만큼, 지문 사전등록과 배회감지기(GPS) 같은 실질적인 지원 제도를 미리 챙겨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 10년을 돌아보며 내린 결론은 하나다. 성장은 생각보다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분명히 앞으로 간다.
사람들은 지금 우리 아이를 보면 생각보다 놀란다.
학교도 다니고, 산도 오른다. 해외여행도 가고 비행기도 탄다. 가족사진도 찍고, 동생과 싸우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초등학생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우리 아이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이다. 그런데 아직도 언어발달은 상당히 지연되어 있다. 사실상 무발화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말을 거의 하지 못한다. 간단한 의사표현은 가능하지만 또래 아이들처럼 대화가 이어지지는 않는다. 언어발달 지연은 결국 인지와 학습, 사회성 발달에도 영향을 준다.
부모 입장에서 가장 힘든 것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 질문은 지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10년이 지난 지금도 정답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치료가 시작되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우리는 할 수 있는 치료는 거의 다 해봤다.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인지치료, 놀이치료. 발달센터를 전전하며 희망을 찾아다녔다.

감각통합 놀이 활동(쌀 튀밥 감각놀이) 중인 아이의 사진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치료를 시작하고도 오히려 더 불안했던 시기가 있었다. 기대했던 변화는 보이지 않았고, 어떤 날은 오히려 퇴행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새로 하던 행동을 하지 않게 되고, 눈맞춤이 줄어든 것 같고, 반응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진료실 앞에서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
그때마다 부모는 흔들린다. “이 치료가 맞는 걸까?” “괜히 아이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우리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질문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나중에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발달은 일직선으로 곧게 나아가지 않고, 정체되거나 일시적으로 주춤하는 듯한 시기가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국제 자폐증 연구 기관에서도 조기 개입이 아동 발달에 뚜렷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치료 효과가 아이마다 다른 속도와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을 함께 짚고 있다. 그래서 부모가 느끼는 정체감이나 불안이 반드시 치료가 잘못됐다는 신호는 아닐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물론 아이의 상태에 변화가 느껴진다면 담당 치료사·전문의와 그 시기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상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하지만 결국 포기하지 않았다.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마음으로 버텼다.
결론적으로, 치료 과정에서 느껴지는 정체나 불안은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그 시기를 함께 버텨줄 전문가와의 소통이 큰 힘이 된다.
가장 많이 고생한 사람은 아이 엄마였다
사실 이 글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사람은 아이 엄마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 우리 집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다. 차도 없었다.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타고 발달센터를 다녔다.
비가 오는 날도, 눈이 오는 날도, 여름에 땀이 비 오듯 흐르는 날도, 무거운 가방을 메고 아이 손을 잡고 이동했다. 치료 한 번 받으러 가기 위해 하루의 절반을 써야 했던 시절이었다.

아내와 아이가 함께 찍은 셀카
그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아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발달장애 아이의 성장 뒤에는 대개 눈에 잘 띄지 않는 보호자의 반복된 헌신이 있다.
어느 날부터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다 보면 변화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정말 조금씩 온다. 너무 천천히 와서 부모도 잘 모른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뒤돌아보면 알게 된다. 예전과는 분명 다르다는 것을.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던 아이가 돌아보기 시작했고, 눈맞춤이 조금씩 늘어났고, 원하는 것을 손으로 가리키기 시작했다. 하루하루는 안 보였지만, 몇 년이라는 시간은 아이를 분명히 성장시키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발달장애 아이의 변화는 ‘오늘과 내일의 비교’가 아니라 ‘몇 년 전과 지금의 비교’로 봐야 비로소 보인다.
말은 못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도 발음은 어렵다. “엄마”, “아빠”조차 또렷하게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변화가 생겼다. 언어치료를 계속하던 어느 날, “하마 어디 있어?”라고 하면 하마를 가리킬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자 “사자 써보자.”라고 하면 종이에 사자를 적기 시작했다.
물론 받침이 있는 단어는 아직 어렵다. 하지만 예전의 우리 가족에게는 이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한 글자, 두 글자, 천천히 쌓여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이 아니어도 글이라는 또 다른 통로로 아이는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스스로 찾아냈다.
우리는 집에만 있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발달장애 아이와 여행이 가능해요?” 우리의 대답은 가능하다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예상하지 못한 돌발행동, 감각 과부하, 낯선 환경, 식사 문제, 수면 문제. 항상 변수가 있다.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앞에서 찍은 사진

차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두 형제 사진

상하이 와이탄 거리에서 찍은 가족 사진
그래도 우리는 계속 나갔다. 국내여행, 산행, 제주도, 오사카, 상하이, 괌. 그리고 수많은 공원과 캠핑장. 집 안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료실에서 익힌 기술을 실제 생활 공간에서 다시 시도해보는 경험(일반화)은 발달장애 아동 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이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 낯선 소리와 냄새에 반복해서 노출되는 경험 자체가 아이에게는 또 하나의 학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특수교육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되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여행과 낯선 경험은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라 치료실 밖에서 이뤄지는 또 하나의 실전 교육이었다.
아이를 잃어버렸던 두 번의 악몽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우리 아이는 말을 잘 하지 못한다. 길을 잃으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손을 놓치면 안 된다고 수없이 다짐했다. 그런데도 사고는 발생했다.
첫 번째는 공항이었다. 순간 시야에서 아이가 사라졌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다가오고, 부모는 패닉 상태가 되었다. 다행히 평소 사진을 자주 찍어두었던 덕분에 그날 입고 있던 옷 사진을 보여주며 수소문할 수 있었다. 정말 비행기 출발 직전에 아이를 찾았다.
두 번째는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였다.

도톤보리 글리코 간판 앞에서 찍은 사진 (아이를 잃어버렸던 바로 그곳)
사람이 너무 많았다.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흐릿하다. 어떻게 찾았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약 두 시간 가까이 헤맸다. 결국 아이를 찾았지만 그 공포는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후로는 여행을 가면 아이 사진을 매일 찍는다. 혹시라도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일을 겪고 나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다가 알게 된 것이 있는데, 국내에서도 발달장애인 실종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실종 신고는 매년 8천 건이 넘게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는 지문 등 사전등록 제도와 함께, 신발 깔창이나 손목시계 형태로 착용하는 배회감지기(이른바 ‘행복GPS’) 보급 사업을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관할 지역 발달장애인지원센터나 주민센터에 문의하면 이런 지원 제도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고, 지금은 우리 아이에게도 관련 제도를 알아보고 활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발달장애 아이의 실종은 개인만의 불운이 아니라 통계로도 확인되는 흔한 위험이며, 지문 사전등록과 배회감지기 같은 공적 지원 제도를 미리 챙겨두는 것이 실질적인 대비책이 된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도전한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운다고 해서 삶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두렵지만 여행도 간다. 걱정되지만 산도 오른다. 학교도 보낸다. 새로운 경험도 시도한다.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험은 분명 아이 안에 남는다고 믿는다.
10년 동안 우리 가족이 배운 것은 단 하나다. 성장은 생각보다 느리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분명 앞으로 간다. 우리 아이도 그랬다. 그리고 지금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10년 전의 나는 “우리 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우리 아이와 여행을 갈 수 있을까”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는 학교에 다니고, 산을 오르고, 비행기를 타고, 낯선 도시의 거리를 함께 걷는다. 10년 전의 나에게 지금 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아마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생각보다 훨씬 잘 해내고 있어. 그러니 지금처럼만 하면 돼.”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치료를 받아도 발전이 안 보이면 그만둬야 하나요? A.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발달은 일직선이 아니라 정체기와 도약기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고 느껴질 때일수록, 임의로 중단하기보다는 담당 치료사·전문의와 아이의 상태 변화를 구체적으로 상의해보는 것이 좋다.
Q2. 발달장애 아이와 해외여행, 정말 가능한가요? A. 쉽지 않지만 가능하다. 다만 돌발행동, 감각 과부하, 낯선 환경에 대비한 준비(아이 옷차림 사진 찍어두기, 미아 방지용품 준비, 여유 있는 일정 구성)가 필요하다.
Q3. 발달장애 아이의 실종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관할 발달장애인지원센터나 주민센터를 통해 지문 등 사전등록 제도와 배회감지기(행복GPS) 보급 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 평소 아이의 최근 사진과 옷차림을 자주 기록해두는 것도 실제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다.
Q4. 무발화 아이도 결국 글자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수 있나요? A. 아이마다 다르지만, 말보다 쓰기나 그림 같은 다른 표현 방식이 먼저 열리는 경우도 있다. 언어치료 과정에서 아이에게 맞는 표현 방식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며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며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된 이유에 자세히 남겨두었다. 아이가 아직 엄마, 아빠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는 우리 아이는 아직도 엄마, 아빠를 말하지 못한다에서 이어진다.
오늘도 한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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