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에서 채무자가 원청에서 받을 공사대금을 압류했다. 현장이 멈추자 채무자 B사에서 연락이 왔다. 압류를 풀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번 글은 그 요청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리고 압류를 매달 돈이 들어오는 구조로 바꾼 과정이다. 지금 이 돈은 약속대로 잘 들어오고 있다.

“압류를 풀어 달라” — 그냥 풀어 주지 않은 이유
B사의 사정도 이해는 됐다. 돈을 못 받으니 현장이 돌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압류를 그냥 풀어 주면 우리가 가진 가장 강한 카드를 내려놓는 셈이었다. 한 번 풀어 주면 같은 압박을 다시 만들기 어렵고, 그사이 돈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압류를 푸는 대신 합의를 제안했다. “압류를 풀어 줄 테니 알아서 갚아라”가 아니라, 돈이 확실하게 들어오는 구조를 먼저 만들자는 것이었다.
원청이 사실상 보증을 서는 구조로 유도했다
핵심은 원청 C사를 합의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C사가 B사에게 줄 공사대금 중에서 일정 금액을 우리 회사 A사 계좌로 직접 보내는 구조다. 돈의 출처가 채무자의 의지가 아니라 원청의 공사대금이 되니, 원청이 사실상 보증을 서는 셈이다.
| 항목 | 내용 |
|---|---|
| 갚을 돈 | 약 5억 5천만 원 (원금 + 절차·공증 비용) |
| 매달 | 1천만 원씩, 다 갚을 때까지 |
| 목돈 | 2026년 6월·12월, 2027년 여름에 각 1억 원 |
| 마지막 | 2027년 말 남은 돈 정산 |
| 이자 | 연 5%, 늦으면 지연이자 연 20% |
B사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공사대금 일부가 A사로 가더라도 나머지는 받을 수 있으니 현장을 다시 돌릴 수 있다. 원청 C사도 공사가 멈추는 것보다 이 편이 나았다.
조건은 “언제까지 다 갚느냐”로 판단했다
조건은 세 회사가 함께 조율했다. 처음 우리가 요구한 것은 2~3억 원을 먼저 갚으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B사에는 그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매달 1천만 원씩 갚되, 6월과 12월, 그리고 다음 해에 각 1억 원씩 목돈을 넣는 방식으로 협의됐다.
이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매달 금액보다 최종적으로 언제까지 전부 갚느냐였다. 한 번에 많이 받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일정으로 끝까지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너무 무리한 조건을 걸면 상대가 지키지 못하고, 그러면 결국 다시 집행으로 돌아가야 한다.
합의를 공정증서로 남겼다
2026년 4월, A사·B사·C사 세 회사가 함께 공증 사무소에서 공정증서를 작성했다. 말로 한 합의나 일반 합의서는 지키지 않으면 다시 소송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강제집행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 들어간 공정증서는 그 자체로 강제집행의 근거가 된다. 약속을 어기면 바로 집행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공증에는 비용이 든다. 우리 경우 공증비용 약 170만 원에 서기료 약 55만 원이 따로 들었다. 6억 가까운 돈을 확실하게 받기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았다.
지금은 — 6월 1억 원까지 정상적으로 받고 있다
공정증서를 쓴 뒤로 매달 돈이 약속대로 들어오고 있다. 6월에 약속된 1억 원도 들어왔다. 지키지 않으면 바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상대도 알기 때문이다.
| 단계 | 시기 | 든 비용(약) |
|---|---|---|
| 채무 확인 각서 2회 | 2025년 1월·7월 | – |
| 지급명령 | 2026년 2월 | 28만 원 |
| 채권압류·추심명령 | 2026년 3월 | 4만 원 |
| 3자 공정증서 | 2026년 4월 | 225만 원 (공증비용·서기료) |
채권추심에서 배운 것 — 압박하되, 길은 열어줘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처음부터 정해진 길이 아니었다. 나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어서 검색하고 AI와 대화하며 절차를 공부했다. 하지만 작전을 짠 바탕은 결국 정확한 팩트였다. 나와 상대가 가진 카드를 하나하나 확인한 뒤에, 어떤 순서로 어디를 압박할지 정했다. 신청서는 직접 쓰고, 법무사에게는 마지막 검토만 받았다.
그리고 해 보니 채권추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것이었다. 채무자가 반드시 돈을 갚도록 압박하되, 갚을 수 있는 길은 어느 정도 열어 줘야 한다. 압박만 하면 채무자가 무너져 아무것도 받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길만 열어 주면 갚을 이유가 없다. 받을 돈 압류로 압박을 만들고, 공정증서로 갚을 길을 열어 준 것이 이번 회수의 전부였다.
법률대리인은 “감”이 아니라 “쟁점”을 짚는 사람과
이번 일에서 법무사에게는 마지막 검토와 접수만 맡겼지만, 변호사든 법무사든 전문가와 함께 일할 때 기준이 하나 생겼다.
“잘 될 거예요” 하고 감으로 답하는 사람보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고 어디가 이길 포인트이고 어디가 쟁점인지 짚어 내는 법률대리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의뢰하는 나도 사안의 팩트를 미리 정리해서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내가 팩트체크가 안 되어 있으면, 아무리 좋은 전문가라도 방향을 잘못 잡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채무자가 압류를 풀어 달라고 하면 풀어 줘야 하나요?
풀어 줄 의무는 없다. 우리는 그냥 풀어 주지 않고, 원청이 직접 갚는 합의를 공정증서로 만든 뒤에 진행했다. 압류는 채권자가 가진 가장 강한 협상 카드라는 점을 기억하자.
Q. 합의서만 쓰면 안 되나요? 왜 공증까지 하나요?
일반 합의서는 상대가 지키지 않으면 다시 소송을 거쳐야 한다.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내용이 들어간 공정증서는 그 자체로 강제집행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비용이 들더라도 공증을 선택했다.
Q. 원청을 합의에 끌어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 경우에는 압류로 현장이 멈추면서 원청도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원청에게도 공사가 계속 돌아가는 것이 이익이라는 점이 합의를 이끌어 낸 열쇠였다.
※ 이 글은 실제 진행 경험을 기록한 것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회사와 거래처는 익명(A사·B사·C사)으로 바꿨고 금액은 어림값입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필요하면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참고 자료
오늘도 한걸음 👣
gujaeu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