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는 각서를 두 번 받고도 변제가 늦어져 지급명령까지 받은 과정을 적었다.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이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디를 압류하느냐였다.
이번 글은 이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채무자의 법인 통장이 아니라 채무자가 앞으로 받을 돈을 압류했다. 그리고 그게 회수의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확정 후 바로 독촉했지만, 그래도 갚지 않았다
지급명령이 확정되자마자 B사에 다시 변제를 독촉했다. 법적으로 강제집행이 가능해졌다는 것도 알렸다. 그래도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는 실제로 집행에 들어갈 차례였다.
법인 통장 압류를 하지 않은 이유
강제집행이라고 하면 보통 통장 압류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법인 통장 압류는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 통장은 새로 만들면 그만이다. 하나를 압류해도 채무자가 다른 통장을 만들어 거래하면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 예금 압류는 기본적으로 송달 시점의 잔액을 잡는다. 압류명령이 은행에 도착했을 때 통장이 비어 있으면 건질 것이 거의 없다.
즉 통장 압류는 채무자에게 “조금 불편한 일”일 뿐, 갚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지 못한다.
채무자가 받을 공사대금을 노렸다
B사가 다른 회사 일을 받아 공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같은 업계라 누가 누구 일을 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원청이 C사였다.
그래서 B사가 C사로부터 받을 공사대금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다. 법률 용어로는 C사가 “제3채무자”가 된다.
제3채무자 채권 압류가 강력한 이유
- 압류명령이 송달되면 C사는 B사에게 그 공사대금을 줄 수 없다.
- B사도 그 돈을 처분하거나 받아 갈 수 없다.
- 추심명령까지 받으면 채권자인 A사가 C사에게 직접 그 돈을 청구할 수 있다.
- C사가 압류를 무시하고 B사에게 돈을 줘 버리면, 그 지급을 A사에게 주장할 수 없다. 같은 돈을 두 번 물어줘야 할 위험을 C사가 지게 되고, A사는 C사를 상대로 법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
압류 후 일어난 일 — 현장이 멈추고, 원청도 압박을 받았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압류 결정이 도착하자마자 B사에서 연락이 왔을 정도다. B사는 공사를 해도 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됐고, 돈이 돌지 않으니 현장이 멈췄다. 공사가 멈추면 원청인 C사도 곤란해진다. 채무자 한 곳이 아니라, 채무자와 원청이 함께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통장 압류였다면 B사 혼자 버티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받을 돈을 막으니 B사의 사업 자체가 걸린 문제가 됐다. 추심에서 가장 강한 압박은 바로 이것이었다.
신청서는 내가 쓰고, 법무사는 마지막 검토와 접수만
지급명령 때와 마찬가지로 압류 신청도 내용은 전부 내가 작성했다. 어떤 채권을 압류할지, 제3채무자를 누구로 할지, 청구 금액을 어떻게 정리할지까지 직접 정리했고, 법무사는 마지막 검토와 접수만 맡았다. 법원에 낸 압류 신청 비용은 인지대와 송달료를 합쳐 약 4만 원이었다.
| 구분 | 법인 통장 압류 | 받을 돈(공사대금) 압류 |
|---|---|---|
| 잡히는 것 | 송달 시점 잔액 | 앞으로 받을 공사대금 |
| 채무자 대응 | 새 통장 개설 | 대응 어려움, 현장 스톱 |
| 원청 영향 | 없음 | 공사 차질로 함께 압박 |
| 우리 선택 | ✕ | ✓ |
압류 결정이 B사와 C사에 도착하자마자 B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동안 전화와 내용증명에도 꿈쩍 않던 상대였다. 압류를 풀어 달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3편에 이어서 적는다.
자주 묻는 질문
Q. 법인 통장 압류는 아예 의미가 없나요?
통장에 잔고가 있는 시점을 정확히 안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경우처럼 채무자가 통장을 새로 만들거나 잔고를 비워 두면 실익이 적었다. 채무자가 받을 돈이 있다면 그쪽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Q. 제3채무자는 어떻게 찾나요?
우리는 같은 업계라 채무자가 어느 회사 일을 받는지 알 수 있었다. 평소 거래처의 거래 관계를 파악해 두고, 각서에 “새 공사를 따면 알린다”는 통지 조항을 넣어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Q. 원청이 압류를 무시하고 채무자에게 돈을 주면 어떻게 되나요?
압류명령을 받은 뒤 채무자에게 지급하면, 그 지급을 압류채권자에게 주장할 수 없다. 그래서 원청 입장에서도 함부로 줄 수 없고, 추심채권자는 원청을 상대로 직접 청구할 수 있다.
※ 이 글은 실제 진행 경험을 기록한 것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회사와 거래처는 익명(A사·B사·C사)으로 바꿨고 금액은 어림값입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필요하면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참고 자료
- korea.legal — 민사집행법 제227조(금전채권의 압류)
- korea.legal —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 korea.legal — 2024다310980 장래 예금채권 압류의 효력
- korea.legal — 추심소송에서 제3채무자가 주장할 수 있는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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