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통신 공사 회사에서 공사 관리 일을 한다. 회사에 법무팀이 따로 없다 보니, 회사와 관련된 법률 실무도 내가 맡게 됐다. 그중 가장 크고 길었던 일이 거래처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는 일이었다.
빌려준 돈은 2년 가까이에 걸쳐 약 7억 5천만 원. 각서, 지급명령, 채권압류, 공정증서까지 거쳤고, 지금은 매달 약속한 돈이 정상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절차는 직접 검색하고 공부하며 작전을 짰고, 신청서도 내가 썼다.
이 과정을 세 편으로 나눠 기록한다. 1편은 각서를 받고도 변제가 늦어져 지급명령을 받기까지, 2편은 통장 대신 채무자가 받을 돈을 압류한 이야기, 3편은 압류를 3자 공정증서로 바꿔 회수 구조를 만든 이야기다.

각서를 두 번 받았다
A사(우리 회사)는 2023년 3월부터 2025년 1월까지 거래처 B사에 여러 차례 돈을 빌려줬다. 합치면 약 7억 5천만 원이었다. 2025년 1월, B사 대표에게 채무 확인 및 변제이행 각서를 받았다. 각서에 넣은 핵심 조항은 이랬다.
- 매달 최소 1천만 원 이상 정기적으로 갚는다
- 회사나 대표의 재산·신용 상태, 주소가 바뀌면 반드시 알린다
- B사가 새로 공사를 따내 수익이 생기면 알리고, 입찰 공사는 수익의 50%를 갚는 데 쓴다
2025년 7월에는 그사이 공사대금 상계와 일부 입금으로 줄어든 잔액, 약 6억 원을 다시 각서로 확인받았다. 잔액을 문서로 다시 확정해 둔 것은 나중에 지급명령을 신청할 때 청구 금액의 근거가 됐다.
그래도 변제는 늦어졌다 — 각서의 한계
각서를 받은 뒤에도 변제는 계속 늦어졌다. 각서는 어디까지나 “갚겠다는 약속”이다.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각서만으로는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 법원에서 강제집행의 근거가 되는 문서, 즉 집행권원을 따로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각서가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채무가 있다는 사실과 금액을 상대가 인정한 문서이기 때문에, 다음 단계에서 다툼의 여지를 줄여 준다. 다만 각서만 믿고 기다리면 시간만 간다는 것을 이때 배웠다.
오래 기다려 줬다 — 전화, 그리고 내용증명
거래처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법적 절차를 밟지는 않았다. 전화로 여러 번 독촉했고, 내용증명도 보냈다. 꽤 오랜 기간 사정을 봐주며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린다고 갚아지지는 않았다. 결국 법적인 절차로 넘어가기로 했다.
소송 대신 지급명령을 택한 이유
집행권원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나는 지급명령을 택했다. 채무 금액이 각서로 이미 확인돼 있어서 상대가 다툴 여지가 적었기 때문이다.
- 재판 없이 서류만으로 진행돼 빠르다
- 채무자가 송달받고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 확정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겨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 소송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신청서는 내가 쓰고, 법무사는 검증과 접수만
2026년 2월,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청구 내용과 금액 정리, 첨부할 각서까지 신청서는 전부 내가 작성했다. 이자 계산과 청구원인은 AI의 도움을 받아 초안을 잡은 뒤, 각서와 입금 내역을 하나하나 대조하며 다듬었다. 법무사에게는 마지막 검증과 접수만 맡겼다. 처음 해 보는 일이라 막히는 부분은 검색과 AI로 하나씩 공부하며 풀었다.
B사는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고, 지급명령은 그대로 확정됐다. 지급명령 절차에 든 독촉절차 비용은 인지대와 송달료를 합쳐 약 28만 원이었다.
확정되자마자 다시 변제를 독촉했다. 그래도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실제로 강제집행에 들어갈 차례였다. 어디를 압류했는지는 2편에서 이어진다.
시작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 — 팩트체크와 방향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법률 실무는 일반 상식과 생각보다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우리가 이기겠지” 하는 생각은 금물이다. 상식으로는 별것 아닌 사실이 법적으로는 매우 중요할 수 있다.
- 나와 상대가 가진 카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우리 쪽 증거는 무엇이고, 상대가 꺼낼 수 있는 반박은 무엇인지 먼저 정리한다.
- 상대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정보는 특히 세세하게 확인한다.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송사의 핵심이다.
- 처음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어떤 절차로, 어디를 목표로 갈지에 따라 이후 전체가 달라진다.
우리 경우에는 각서 두 장과 입금 내역이 금액을 다툴 여지를 줄여 줬고, 그래서 소송이 아닌 지급명령이라는 빠른 길을 택할 수 있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각서만 받아 두면 강제집행이 가능한가요?
아니다. 일반 각서는 채무를 인정한 증거일 뿐 강제집행의 근거(집행권원)가 되지 않는다. 지급명령, 판결, 강제집행을 승낙한 공정증서 같은 집행권원이 따로 필요하다.
Q. 지급명령은 혼자서도 신청할 수 있나요?
전자소송으로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우리는 내용은 직접 쓰고 법무사에게 검증과 접수만 맡겼다. 전자소송으로 법원 절차를 해 본 경험은 성년후견 직접 신청 후기에도 적어 두었다.
Q. 채무자가 지급명령에 이의신청을 하면요?
송달 후 2주 안에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일반 소송으로 넘어간다. 우리 경우에는 이의신청이 없어서 그대로 확정됐다.
※ 이 글은 실제 진행 경험을 기록한 것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회사와 거래처는 익명(A사·B사·C사)으로 바꿨고 금액은 어림값입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필요하면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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