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첫째를 보면 하루하루가 조금씩 다르다. 큰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몇 달 전과 비교하면 분명히 달라진 장면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첫째는 언어 발달이 크게 늦은 아이다. 오랫동안 치료를 받으면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없던 시기가 길었다. 그래서 이번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진다.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지시를 알아듣고 따라 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반응을 보인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몸을 움직이며 춤을 춘다. 반대로 예전엔 아무렇지 않던 놀이기구에는 아주 예민해졌다.
이 글은 지금 우리 아이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잊기 전에 기록해 두려고 쓴다. 변화가 없어 보이는 시간을 지나고 있는 다른 부모에게도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요즘 첫째에게 보이는 변화들
최근 몇 달 사이 달라진 모습을 정리하면 이렇다.
- 지시를 잘 따른다. 무언가를 해 달라고 하면 알아듣고 따라 하는 일이 확실히 많아졌다.
- 사람과 소통한다. 먼저 인사를 하고, 사람에게 반응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 필요한 것에 반응한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 표현하고,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늘었다.
-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동작은 아직 많이 서툴지만,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스스로 몸을 움직인다.
- 놀이기구에 예민해졌다. 전에는 타도 별 반응이 없었는데, 이제는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나하나는 작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이런 장면 하나가 나올 때마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게 된다.
놀이기구 앞에서 달라진 반응

예전의 첫째는 놀이기구를 타도 그냥 그랬다. 무섭다는 반응도, 신난다는 반응도 크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놀이기구가 조금만 움직여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겉으로만 보면 불편해하는 모습이라 마음이 쓰이기도 한다. 그래도 예전엔 드러나지 않던 반응이 이제는 밖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것도 변화의 하나로 보고 있다.
다만 감각 반응이 갑자기 달라질 때는 혼자 판단하기보다 아이를 보고 있는 치료 선생님과 같이 이야기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렇게 하고 있다.
어린이과학관에서 만난 여고생 봉사단

최근 아이들과 어린이과학관에 갔다. 그곳에서 여고생 봉사단 학생들이 아이들에게 팔찌 만들기를 도와주고 있었다.
첫째도 자리에 앉아 구슬을 꿰기 시작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정말 오래 집중했다. 손끝으로 작은 구슬을 하나씩 집어 줄에 끼우는 동안 고개를 거의 들지 않았다.

그때 봉사단 학생 한 명이 첫째를 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자기 동생도 원래 말을 못 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말이 터졌다고 했다. 지금은 말을 잘한다고.
처음 만난 학생이 건넨 이야기였지만,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같은 길을 먼저 지나온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제이슨 아데이 이야기를 붙잡고 산다
우리 부부가 자주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영국의 사회학자 제이슨 아데이(Jason Arday)다.
그는 어린 시절 자폐 스펙트럼과 전반적 발달 지연 진단을 받았다. 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11살 무렵까지 말을 하지 못했고, 18살이 되어서야 읽고 쓰는 법을 익혔다. 그런 그가 2023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가 됐다.
물론 모든 아이가 같은 길을 가는 것은 아니다. 그걸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는 지금 아무 변화가 없어 보이는 날에도 희망을 내려놓지 않게 해 준다. 우리는 정말 그 희망을 품고 산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들
첫째를 위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은 이렇다.
- 언어치료
- 인지치료
- 특수체육
- 학습지(눈높이)
변화가 보이지 않던 시기에도 이걸 멈추지 않았다. 솔직히 효과는 아주 미미했다. 들인 시간과 비용에 비하면 눈에 보이는 게 거의 없다고 느낀 날도 많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작은 효과들이 조금씩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느 하나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러 가지를 꾸준히 이어 온 시간이 쌓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치료 이야기는 무발화 발달장애 아이를 10년 키우며 알게 된 것에, 첫째의 어릴 적 이야기는 돌 전 발달장애 증상, 우리 첫째가 그랬습니다에 정리해 두었다.
변화가 안 보이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같은 상황의 부모에게 거창한 조언을 할 처지는 아니다. 다만 우리가 지나오며 느낀 것 몇 가지는 남겨 두고 싶다.
- 작은 변화를 기록해 둔다. 매일 보면 모른다. 몇 달 전과 비교해야 보인다.
- 새로운 반응을 무조건 나쁘게만 보지 않는다. 예민해진 것도, 서툰 춤도 예전엔 없던 반응이다.
- 달라진 모습은 치료 선생님과 공유한다. 집에서 본 변화가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먼저 지나간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그래도 오늘의 첫째는 어제의 첫째보다 한 걸음 앞에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무발화 아이도 나중에 말을 할 수 있나요?
아이마다 다르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늦게 말을 시작한 사례는 실제로 있다. 우리가 만난 봉사단 학생의 동생은 초등 5학년에, 제이슨 아데이는 11살 무렵에 말을 시작했다고 한다.
Q. 치료 효과가 안 보이는데 계속해야 할까요?
우리 경우엔 효과가 거의 보이지 않던 시기가 길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고, 최근에서야 작은 변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계속할지 바꿀지는 아이를 직접 보는 치료 선생님과 상의해서 정하는 것이 좋다.
Q. 아이가 갑자기 감각에 예민해졌어요. 괜찮은 건가요?
우리 첫째도 최근 놀이기구에 예민해졌다. 부모가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달라진 모습을 구체적으로 적어서 치료 선생님이나 담당 의사와 상의해 보기를 권한다.
참고 자료
- CBS News (2023.3.2) — Cambridge University’s youngest Black professor ever didn’t speak until he was 11
- Gulf News (2023.2.27) — Beating autism: UK man unable to read and write until 18 now a Cambridg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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