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아직도 엄마, 아빠를 말하지 못한다

얼마 전 제주도 여행에서 아이와 둘이 산을 올랐다

(둘째아이와 와이프는 해발1200미터까지에서 포기하고 내려간건 비밀).

1100고지에서 출발해 해발 1500m가 넘는 곳까지 걸어 올라갔다.

산을 내려오며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던 아이.

눈도 잘 마주치지 않던 아이.

엄마, 아빠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던 아이.

그런 아이가 어느새 아빠와 함께 산을 오르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우리 아이는 또래 아이들처럼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분명히 달라졌다.

그리고 그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우리 아이는 발달장애가 있다.

어릴 때는 이름을 불러도 잘 쳐다보지 않았다.

눈 맞춤도 어려웠다.

말도 거의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사실상 무발화에 가까운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특수학교 이야기도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상담을 받으면서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당시 우리 아이 상태로는 특수학교 입학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특수학교에는 우리 아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중증 아이들이 많다고 했다.

결국 여러 고민 끝에 우리는 일반학교 도움반을 선택하게 되었다.

솔직히 지금도 정답은 모르겠다.

도움반도 완벽하지 않다.

교사 인력은 부족하고,

지원도 충분하지 않다.

부모 입장에서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지금 돌아보면 그 선택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는 분명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았다.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다.

공을 주고받는 놀이도 어려웠다.

자전거는 상상도 못 했다.

줄넘기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말은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날은 이름을 부르면 쳐다보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공을 다시 던져주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줄넘기를 하기 시작했다.

말은 여전히 쉽지 않다.

지금도 엄마, 아빠라는 말조차 또렷하게 하지 못한다.

발음도 정확하지 않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직 어렵다.

그런데 어느 순간 놀라운 일이 생겼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단어를 글자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하마”

“기차”

“나비”

같은 단어를 들려주면 직접 한글로 적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엄마, 아빠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아이가 글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것 아닌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정말 큰 변화였다.

사실 이런 변화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는 두 살 무렵부터 치료를 시작했다.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인지치료.

각종 발달센터.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교육과 학습.

정확히 세어보니 어느새 7~8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가장 고생한 사람은 아이 엄마였다.

센터를 알아보고,

예약하고,

데려가고,

숙제를 시키고,

집에서 반복 연습을 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왔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며 최대한 함께하려고 노력했지만,

솔직히 가장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낸 사람은 엄마였다.

지금 우리 아이가 여기까지 온 것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아이의 노력.

엄마의 노력.

그리고 가족의 노력이 조금씩 쌓인 결과다.

우리는 치료만 한 것도 아니다.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국내 여행도 다녔다.

해외여행도 다녔다.

산도 갔다.

바다도 갔다.

말도 탔다.

사람들이 많은 곳도 갔다.

심지어 활화산 분화구도 보여주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혹시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갑자기 뛰어가지는 않을까.

늘 긴장해야 했다.

실제로 세부 막탄공항에서 잃어버린 적도 있고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광장에서 잃어버려서 2시간만에 찾은 적도 있다.

그 외 국내에서 잃어버린 경우는 셀 수 없었다.

그래도 집 안에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제주도 여행에서는 한라산 1100고지에서 출발해

해발 1500m가 넘는 곳까지 함께 걸어 올라갔다.

예전의 아이를 생각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던 아이.

눈 맞춤도 어려웠던 아이.

공 하나 주고받는 것도 쉽지 않았던 아이가 어느새 아빠와 함께 산을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매일 아이를 보면 변화가 잘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비슷하고,

내일도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몇 년 전 사진을 보면 깜짝 놀란다.

정말 많이 달라져 있다.

마치 손톱이 자라는 것과 같다.

매일 보면 안 자라는 것 같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보면 어느새 훌쩍 자라 있다.

우리 아이도 그랬다.

매일은 보이지 않던 변화가,

수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돌아보니 분명히 쌓여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믿는다.

오늘 보이지 않는 변화가 언젠가는 쌓인다는 것을.

우리 아이도.

우리 가족도.

오늘도 한 걸음씩 앞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오늘도 한걸음 👣

gujaeun.kr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