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신장암 진단 후 3년, 항암 치료 중이던 장모님에게 어느 날부터 이상한 변화가 시작됐다.
- 가족 모두 ‘치매’라고만 생각했던 증상은, 사실 암이 뇌로 전이되고 있다는 신호였다.
- 응급 이송, 감마나이프 수술, 짧았던 희망, 그리고 갑작스러운 뇌부종까지 — 보름 사이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 이 글은 그 마지막 한 달의 기록이며, 다음 편에서는 실제로 겪은 장례 준비 과정으로 이어진다.
3년이었다.
신장암 진단을 받은 뒤 장모님과 함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을 오간 시간이 그랬다. 처음에는 항암치료와 임상약이 꽤 잘 듣는 듯 보였다. 폐로 전이가 확인되었을 때도 우리는 “그래도 관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 하나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어떤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조금씩 달라지던 장모님의 모습
어느 순간부터였다. 평소보다 멍하니 계시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었고, 체중도 빠르게 줄었다. 말수도 점점 적어졌다. 처음에는 오랜 항암치료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연세도 있으셨고, 몸도 이미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손주들이라면 누구보다 예뻐하시던 분이 어느 날은 얼굴을 봐도 별다른 반응이 없으셨다. 아침에 함께 교회에 가기로 약속했던 날, 모시러 가보니 이미 혼자 먼저 가신 뒤였고 그 사실 자체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셨다. 갑자기 어린이 프로그램을 한참 동안 가만히 바라보고 계신 모습을 본 날도 있었다. 거동도 눈에 띄게 불편해졌다.
이 시기 우리 가족은 이 모든 변화를 ‘치매 증상’이라고만 이해했다. 장인어른이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고 계셨던 터라, 어쩌면 더 쉽게 그렇게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치매가 아니었다. 신장암이 뇌로 전이되고 있던 것이었다.
이 시기에 놓쳤던 신호들을 좀 더 자세히 정리한 글이 있다. → 장모님의 신장암 투병 3년, 우리가 놓쳤던 신호들
‘치매인 줄 알았다’ — 하지만 그건 뇌전이 신호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인지 저하나 무기력함, 성격 변화처럼 언뜻 치매와 매우 비슷해 보이는 증상은 실제로 뇌전이 초기에 흔히 나타난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뇌종양센터의 설명에 따르면, 전이성 뇌종양은 두통이나 구역감 같은 뇌압 상승 증상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지만, 전이된 위치에 따라 운동 마비·감각 마비·언어 장애·인지 장애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즉, 우리가 “왜 이렇게 자꾸 깜빡하시지”, “왜 반응이 없으시지”라고만 여겼던 순간들이 실은 뇌 안에서 이미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몸의 신호였던 셈이다. 암 투병 중인 가족에게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인지·행동 변화가 생긴다면, ‘나이 탓’, ‘치료 후유증’ 정도로만 넘기지 말고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 뇌 전이 가능성을 확인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
결론적으로, 항암 치료 중인 가족에게서 설명되지 않는 인지 변화가 나타난다면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것은 ‘나이’가 아니라 ‘전이’다.
응급 이송, 그리고 믿기 힘들었던 검사 결과
상태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나빠졌다. 결국 동네 병원에서 응급으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신장암이 뇌까지 전이되어 있었다. 의료진은 지체 없이 감마나이프 수술을 결정했다.

감마나이프 수술 후, 짧았지만 소중했던 하루
수술 후 다음 날까지는 분명 희망이 있었다. 장모님은 우리를 알아보셨고, 짧게나마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이러다 정말 괜찮아지실 수도 있겠다.’ 가족 모두가 그렇게 믿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뇌부종이 찾아왔고, 장모님은 곧 의식을 잃으셨다.
이 하루는 우리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온전히 함께했던 시간’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지금도 그날의 대화, 그날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갑작스러운 뇌부종, 그리고 마지막 눈물 한 방울
이후 집 근처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이어갔다. 혹시라도 다시 눈을 뜨시지 않을까, 혹시라도 손주들을 한 번 더 안아주실 수 있지 않을까. 가족들은 매일같이 그 순간을 기다렸다. 하지만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보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장모님은 조용히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마지막 순간, 장모님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셨고 손주들도 알아보지 못하셨다. 중환자실에서 흘리신 마지막 눈물 한 방울만이 우리가 받은 마지막 인사였다. 그 눈물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떠나보내며 남은 것들
3년을 함께 병원을 오가면서도, 정작 마지막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치매라고만 여겼던 그 신호들의 의미를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 이 질문은 아마 오래도록 완전히 풀리지 않을 것 같다.
장모님을 떠나보낸 그 새벽부터, 우리 가족의 현실은 곧바로 또 다른 국면으로 넘어갔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식장을 정하고, 상조회사를 알아보고, 가족들에게 연락을 돌려야 했다. 그 갑작스러웠던 새벽의 기록은 다음 글에 이어서 정리해 두었다.
→ 갑작스러운 사망 연락, 장례식은 무엇부터 해야 할까
그리고 실제 장례 비용과 절차까지 궁금하다면 → 장례를 직접 치러보니 알게 된 현실적인 비용과 준비 과정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암 투병 중인 가족의 인지 저하는 무조건 치매로 봐야 하나요? 그렇지 않다. 갑작스러운 인지 변화, 무기력, 성격 변화 등은 암의 뇌 전이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특히 항암 치료 중인 환자에게서 이런 변화가 새롭게 나타났다면, 자가 판단보다는 담당 의료진에게 정확히 알리고 뇌 영상 검사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Q2. 뇌전이가 확인되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요? 전이 위치와 크기, 개수에 따라 감마나이프 같은 정위 방사선수술, 전뇌 방사선치료, 수술적 절제 등이 고려된다. 치료 방법은 환자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Q3. 뇌부종은 왜 위험한가요? 뇌는 두개골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 있기 때문에, 부종으로 압력이 높아지면 의식 저하나 신경 기능 저하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뇌전이 환자의 상태는 예상보다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Q4. 가족이 위독한 상황에서 장례를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당황스럽겠지만 사망 확인 → 장례식장 선정 → 상조회사 선정 → 빈소 준비 → 가족 연락의 순서로 하나씩 진행하면 된다. 실제로 겪은 새벽의 대응 과정은 이 글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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