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장모님이 돌아가신 후, 치매·파킨슨병을 앓는 장인어른 명의의 상속 문제를 정리하려면 성년후견 개시가 반드시 필요했다.
- 법무사 없이 전자소송으로 직접 신청했고, 서류 준비부터 보정명령 대응까지 GPT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 성년후견의 법적 근거(민법 제9조)와 실제 신청 시 필요한 서류를 정리해 같은 상황에 놓인 분들에게 참고가 되도록 했다.
- 후견개시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고, 지금은 실제로 상속 부동산의 취득세 납부와 재산목록 법원 보고를 진행 중이다.
장례식 이후 화장과 가족공원 납골당에 장모님을 모셔드린 이야기는 차마 길게 쓰기가 어렵다. 그 시간들은 아직도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그 이야기는 짧게 마무리하고, 오늘은 장례 이후 우리 가족이 처음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장모님은 떠나셨지만 남겨진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장모님 명의의 아파트에는 처남이 거주하고 있었고, 장인어른은 치매와 파킨슨병으로 요양원에 계셨다. 문제는 그 아파트를 정리하려면 상속 절차가 필요한데, 상속 절차를 진행하려면 장인어른의 의사 확인과 인감 발급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인어른은 거동이 어려운 상태였고, 설령 어렵게 모시고 간다 해도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웠다. 인감 발급 창구에서 “인감을 발급해 주세요”라는 의사표시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으니, 법적으로 말하면 정상적인 법률행위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적법하지 않은 방법을 선택하거나, 정식으로 성년후견 절차를 진행하거나. 당연히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성년후견.
성년후견, 법적으로는 어떤 절차일까
여기서 잠깐 내 경험만으로 끝내지 않고, 근거가 되는 법 조항도 함께 짚어보고 싶다.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에 따르면 성년후견은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이 가정법원이 선임한 후견인을 통해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를 받는 제도이며, 그 근거는 민법 제9조다. 후견개시 심판이 확정되면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있는 대상이 되지만, 일용품 구입처럼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대가가 과도하지 않은 행위는 취소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함께 규정되어 있다(민법 제10조).
이 부분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서류를 준비하며 덜 헤맸을 것 같다. 결국 성년후견은 “가족이 대신 정해주는 절차”가 아니라, 법원이 당사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한 뒤 보호 범위를 정해주는 절차라는 점이 핵심이다.

사실 나는 법률 절차가 처음은 아니었다
나는 예전부터 나홀로 소송을 몇 번 진행해 본 경험이 있었다. 지급명령,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 재산명시, 재산조회, 채권압류까지 직접 진행해 보면서 민사 절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와이프가 결혼 전 누군가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고 있던 일이 있었는데, 와이프 아이디로 전자소송에 들어가 지급명령을 신청해 확정을 받았고, 그래도 갚지 않아 재산명시와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 재산조회까지 진행해봤다. 다만 상대방 명의의 재산이 거의 없어 아직 회수하지는 못한 상태이고(채권추심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도록 1~2년에 한 번씩 재산조회를 이어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돈은 못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법률 절차 자체에 대한 어려움은 없어진 셈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한번 직접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장모님을 떠나보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장모님 떠나보낸 마지막 한 달에서 먼저 읽어보길 추천한다.
예전에는 네이버 블로그였다면 지금은 GPT가 있었다
예전에 지급명령을 진행할 때는 GPT 같은 것이 없었다. 네이버에서 나홀로소송을 설명해주는 블로그를 수십 개 읽어가며 신청하고, 보정명령을 받고, 또 수정하며 하나씩 배워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필요한 서류를 물어보면 알려주고, 전자소송에 입력할 문구를 물어보면 작성해주고, 보정명령이 나오면 대응 문구까지 만들어주는 것을 보고 꽤 놀랐다. 물론 GPT가 법무사나 변호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방향을 잡고 서류를 준비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이 경험이 그대로 지금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계기 중 하나가 됐다. (워드프레스 블로그 개설 7일차 참고)
먼저 준비한 서류들
GPT에게 물어보며 하나씩 준비를 시작했다.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사망진단서, 후견등기사항부존재증명서, 요양원 입소 확인서, 진단서, 상속인 관련 서류까지,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았다. 처음에는 “서류만 제출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생각보다 어려웠던 부분
단순히 증명서를 발급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장인어른의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일이었다. 법원은 당연히 “정말 후견이 필요한 상태인가”를 묻는다. 그래서 장인어른의 현재 생활 상태를 사진과 설명으로 제출해야 했다. 직접 요양원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언제·어디서·무슨 상황인지 하나하나 설명을 작성했다. 혼자 식사가 가능한지,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지, 스스로 거동이 가능한지,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요양보호사의 도움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까지 직접 정리해서 제출해야 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정말 난감했다. 법무사나 변호사는 익숙하겠지만, 일반인은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날아온 보정명령
역시 한 번에 끝나지는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법원에서 보정명령이 나왔다. 추가 서류 제출, 생활상태 사진, 후견인 교육 확인서, 신용정보조회서, 후보자 관련 자료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도 있었다. 처음에는 “역시 혼자 하기 어려운 건가” 싶었지만, 하나씩 읽어보니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GPT가 가장 큰 도움을 준 순간
보정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보정명령 중 일부가 현실적으로 제출이 불가능한 서류였다는 점이다. 장인어른은 이미 의사표현이 어려운 상태라 동의서 작성도, 인감증명서 발급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 상황을 법원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해 GPT에게 물어봤고, “사건본인은 현재 인지기능 저하 및 의사능력 장애로 동의서 내용을 이해하고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이며, 거동 또한 어려워 인감증명서 발급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보정사유서를 작성했다. 솔직히 이 문장을 스스로 작성했을 자신은 없다. 법률 문서까지는 아니더라도,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문장을 만드는 데 GPT가 큰 도움을 주었다.

재산목록도 직접 작성했다
후견 절차에는 재산목록도 포함된다. 부동산, 예금, 보험, 증권 등을 정리해야 하는데, 처음 보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차근차근 작성하면 생각보다 작성은 가능했다. 다만 재산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고, 그래서 나중에는 금융조회와 상속재산조회 절차가 다시 이어진다.

그리고 결국…
보정하고, 추가 서류 제출하고, 또 수정하며 몇 주 동안 틈틈이 전자소송 사이트를 들락날락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자소송 사이트에 결정문이 떴다. 성년후견 개시, 후견인 선임. 정말 그 순간은 뿌듯했다. 법무사 없이, 변호사 없이, GPT와 함께 직접 진행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사실 성년후견 개시는 시작일 뿐이다. 아직 해야 할 일이 훨씬 많이 남아 있었다. 장모님 아파트를 처분하려면 별도의 법원 허가가 필요하고, 상속등기를 하려 해도 법원 허가가 필요할 수 있으며, 취득세 문제와 특별대리인 선임 문제도 남아 있었다. 후견인은 매년 재산관리 보고도 해야 한다. 결국 성년후견 개시는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선이었다.
그래도 지금 이 글을 검색해서 들어온 누군가에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성년후견은 생각보다 어렵지만, 일반인이라고 절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시간이 걸리고 공부도 해야 하고 보정도 나오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충분히 직접 진행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렇게 했으니까.
사실 법무사 비용이 아까워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후견개시 이후에도 부동산 처분허가, 특별대리인 선임, 각종 허가 신청과 보고 의무가 계속 이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직접 배워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그 다음 단계가 진행 중이다. 상속받은 부동산의 취득세를 납부하는 절차와, 법원에 제출할 재산목록 보고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서류상으로는 끝난 것처럼 보였던 성년후견 개시가, 실제로는 매년 이어지는 보고 의무의 첫걸음이었다는 걸 요즘 다시 실감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상속 취득세를 실제로 얼마나, 어떻게 납부했는지, 그리고 법원에 제출할 재산목록 보고서를 준비하며 겪은 시행착오를 자세히 다뤄보려 한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성년후견은 반드시 법무사나 변호사를 통해야만 신청할 수 있나요? 아니다. 전자소송 시스템을 통해 본인, 배우자, 4촌 이내 친족 등이 직접 신청할 수 있다. 다만 필요 서류가 많고 법원의 보정명령에 여러 차례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소요된다.
Q2. 성년후견 개시의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요? 민법 제9조에 따라, 질병·장애·노령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해 가정법원이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할 수 있다.
Q3.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당사자는 아무 법률행위도 할 수 없나요? 그렇지 않다. 민법 제10조에 따라 일용품 구입처럼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대가가 과도하지 않은 행위는 성년후견인이 취소할 수 없다. 취소 가능한 법률행위의 범위는 법원이 사건별로 정한다.
Q4. 성년후견 신청 시 어떤 서류가 필요한가요?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후견등기사항부존재증명서, 진단서, 사건본인의 현재 생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과 설명 자료 등이 필요하며, 법원 보정명령에 따라 추가 서류가 요구될 수 있다.
Q5. 후견인으로 선임되면 그걸로 절차가 끝나나요? 아니다. 후견인은 재산목록을 제출해야 하고, 이후 매년 후견 사무에 관한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부동산 처분이나 상속재산 분할 등 중요한 법률행위에는 별도의 법원 허가가 추가로 필요하다.
저는 법무사도 변호사도 아닙니다. 하지만 가족의 성년후견 개시 사건을 직접 진행하며 수많은 서류와 보정명령을 하나씩 해결해 왔습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같은 상황에 놓인 누군가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도 한걸음 👣
gujaeun.kr
※ 본 글은 실제 진행 경험과 공개된 법령 정보를 기록한 것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은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필요시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